태국생활정보
[칼럼] 태국 엿보기 19 - 지극한 개사랑
태국인의 지극한 개 사랑
방콕에는 주인 없는 길거리 개가 1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계속 새끼를 낳고, 버림받은 개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20여 년 전부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불임 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이 따라주지 않아 제대로 관리가 안된다고 한다.
길거리 개도 자기 영역이 있어 심야에는 무리를 지어 영역싸움을 하느라 시끄럽게 짖어대고 싸우는 모습도 본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자동차를 위협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최근에는 방콕시와 사뭇쁘라깐 지역에 광견병에 주의하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개들이 여기저기 몰려 다니는게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는 싫은지 외국 귀빈이 오거나 고위 인사 국제 회의 등이 있을 때에는 행사 기간 동안 귀빈 동선에 있는 개들을 모두 잡아 지방 공터나 큰 사찰에 임시 수용하기도 한다.
20여년 전 푸미폰 국왕이 떠돌이 개를 경찰견으로 훈련시켜 활용해 보라고 권했는데 경찰에서 수 백 마리 훈련시켜 봤지만 성공한 예는 한 두 마리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국왕 자신이 주인 없는 개를 왕실로 데리고 가서 잘 키운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산 음식을 맛있게 제공하는 조그만 길거리 식당에 자주 간다, 감칠나는 라오스 토속주도 주인이 직접 만들어 파는 곳인데 아버지와 아들이 동업하는 곳이고 이 길거리에 여러 마리의 개가 상주하고 있다. 그 중 두 마리를 이 주인이 보살피고 있었다. 암놈 이름이 '꺼이'라고 하는데 몇 달 전 새끼를 낳다가 한 마리 낳고는 다음 새끼를 못 낳아 주인이 급히 개를 차에 태워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복개수술로 새끼를 낳았다. 수술비 3,000 바트를 지불하고 어미 개와 새끼를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한다.
회복되면 연락하라고 병원에 전화번호를 주고 왔는데 한 달이 넘어도 연락이 없어 찾아가 봤더니 어미는 죽었고 새끼는 다른 사람이 키우겠다고 데리고 갔다고 한다. 순산한 첫 번째 새끼는 어미 젖이 모자라 한 달 만에 죽었고... 요즘은 죽은 어미와 새끼를 위해 몇달 째 매일 불공 드린다. 숫놈은 죽은 암놈이 그리운지 끙끙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낯선 사람이나 지나가는 자동차에게 짖어대며 화풀이 한다. 그래도 나에겐 안면이 있어 그런지 반갑게 달려오고 내 발 앞에 앉아 먹거리를 기다린다.
하루벌이 삶을 영위하는 가정이 자기네 길거리 식당 근처에서 사는 주인 없는 개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보살피고 거금의 병원비를 지출하고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은 개와 강아지를 위로하는 마음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 지…… 불심이 지극하여 자신의 다음 생을 위한 저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신실한 보살핌이고 오히려 이런 길거리 개를 보살핌에서 마음의 위로와 행복을 찾는 태국인들이 너무나 순박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살생을 금하는 종교적인 영향인지 태국 사람들은 주인 없는 개라도 죽이지 않고 오히려 자기 동네 또는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임자 없는 개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핀다. 임자 없는 길거리 개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피는 것도 일종의 보시 행위로 공덕을 쌓는 일이라고 믿는다. 개가 어떤 인간의 전생의 업보로 현생에 나타난 모습이라고 불쌍하게 여기기도 하고 나도 잘못하면 내세에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태국 불교에서 설명하는 윤회설에 따르면 인간이 죽으면 평생에 쌓은 공덕에 따라 다음 생애에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축생의 단계로 태어날 수도 있다. 축생 중에서도 영급이 높은 동물이 개라고 한다. 개로 환생하게 되면 자신의 전생의 환경을 찾아가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거기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도리를 배우고 다음 생애에 다시 사람의 영급으로 태어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집 주인이 볼 때에는 자기 주변에 있는 임자 없는 개가 자기 조상일 수도 있고 그 집의 전 주인일 수도 있으니 어찌 돌보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한 번 축생으로 떨어지면 인간으로 환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개에게 인간의 인식관을 가르쳐 주는 것인데 사람 말을 그래도 잘 알아듣는 개는 그만큼 영기가 있고 영적으로 상장했다는 증거다. 즉 인간으로 다시 환생하려고 스스로 노력할 줄 아는 영급이 높은 동물이다.
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안 먹는 이유가 있다. 개고기가 영양학적으로 인간에게 좋은 음식이나 윤회설에 의한 영적인 입장에서 보면 조상을 잡아먹는 것과 같다. 때문에 개고기를 먹으면 집안이 쇠락해지고 집안에 풍파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개고기를 잘못 먹으면 조상님들이 벌을 내리는 살이 낀다고 한다. 이러한 살을 벗어나게 처리하는 것이 바로 살구(殺狗)열매다. ‘살’자는 죽일살(殺)자이고 ‘구’자는 개구(狗)자다. 살구씨인 행인(杏仁)이 그 살을 제거하는 약재로 사용된다.
살구씨는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6세기에 종양 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고 17세기에는 영국에서도 종양 치료제로 쓰였다. 유럽에서는 살구를 강정제로 먹기도 하고 섬유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변비 예방에 좋으며 3알 정도만 먹어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살구씨는 한의학에서 행인(杏仁)이라 불리며,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등에 살구씨를 이용한 치료 방법이 200가지나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쓰임새와 약효가 많아 "약방의 살구"라 불리기도 한다. 행인(살구씨)를 갈아서 만든 한방 외용제는 기미나 주근깨 등 피부 색소 침착 • 종기 • 부스럼 등에 사용되며, 피부를 하얗고 윤기있게 하기 때문에 일찍이 궁중 여인네들은 살구씨로 피부를 가꾸기도 하였다.
이야기기 빗나갔는데 말 나온 김에 고기 중에 인(燐, Phosphorus) 성분이 가장 많은 고기가 개고기라고 한다. 인이 많이 포함된 고기를 먹으면 몸에 그 인이 오랫동안 남아 사람의 성품을 좋지 않게 만든다는 얘기도 있다.
[글쓴이: 박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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