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국 엿보기 4 - 태국인의 특성 "3S"

태국인과 사귀거나 태국인과 같이 일을 할 때, 사업 관계든 고용 관계든 태국 사람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알아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열대성 환경, 지금의 삶이 전생의 응보이므로 못 살아도 불만이 없고 현세에서 공덕을 많이 쌓으면 내세에 잘 살수 있다는 뿌리깊은 윤회 사상, 1932년까지 지속되었던 절대 왕권 시대의 노예 근성 등 몇 가지를 생각해 보면 태국인의 잠재적인 특성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느 민족이든 그들의 문화와 역사, 관습 등을 미리 알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필요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태국 사람의 사고 방식이나 습관, 가치관 등이 서양과는 많이 다르다. 일본과도 다르고 중국과도 다르고 우리와는 더더욱 다르다. 태국에는 외국인 고용주를 위한 태국인 관리 교육을 하는 사설 학원도 있다고 하는데 태국에 있는 공장을 관리하거나 태국 현지 법인에서 태국인을 데리고 일하시는 많은 한국 분들이 초기 몇 년 동안은 고생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한국에 있는 공장이나 일터에서 태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신 분들도 태국인을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고 고민하시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일반적으로 태국인은 친절하고, 상대방에게 부담 안 주려는 조심성이 많고, 항상 미소를 띄고, 다투는 것을 싫어하고, 소그룹의 집결력이 강하고, 상하 관계 잘 지키고, 모든 일을 편하고 즐겁게 처리하려는 좋은 점도 많다. 물론 우리 기준의 편리함과 즐거움과는 다른 태국 기준에서 그렇다.

태국 사람과 가까이 지낼려거나 태국인과 같이 일하려면 여러 가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태국인과 태국 사회를 연구한 많은 서양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3S”와 “태국인의 미소”에 대해 이해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태국인의 미소에는 12가지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미소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3S” 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태국인들은 가정이든 직장이든 개인적인 모임이든 3가지 “S”를 찾는다. 태국 말로 sabai(สบาย easy), sanook(สนุก enjoy), 그리고 saduek(สะดวก convenient)라고 부르는데 이를 태국인의 특성 3S 라고 부른다.

직장이 아무리 월급이 좋고 대우가 좋아도 일하기가 즐겁지 않거나, 편하지 않거나 어려우면 고만 둔다. 명성있는 큰 회사에 다니는 태국인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회사 name value 가 바로 나의 name value 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좋은 회사를 고만 둔 사람에게 왜 그만 두었느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이 셋 중에 하나가 이유다. Sabai 하지 않거나 sanook 하지 않거나 saduek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한다.

대인관계도 직업 상, 영업 상, 또는 이해관계가 있어 상대방과 긴밀히 접촉해야 할 필요가 있어도 편한 사람이 아니거나 만나면 어색하거나 대화가 어려운 사람은 기피한다. 태국에서 영업 잘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편하게, 즐겁게 하고 쉽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이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인데 정말 찾기 힘들다.

대인 관계도 이런 3가지 “S” 를 만족하면 친근하게 지낼 수 있지만 우리 한국인 정서에는 쉽지 않다. 그리고 추가로 우리가 꼭 인식해야 하는 것은 태국인의 수평관계와 수직관계에 대하여 이해해야 하는데 수평관계 보다는 태국인의 계급의식을 이해하고 수직관계를 적절히 유지해야 원만한 대인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대부분 태국 회사나 공장은 직원들이 편하고 즐겁게 일 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업무를 단순화, 분업화 해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도록 조직화 한다. 근무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 분배도 적절히 조정하고 동료 직원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소그룹화해서 소그룹 내에서 서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점심 시간에는 여유 시간에 에어로빅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도 마련해 주고 공간이 있으면 노래방도 만들어서 교대 시간 사이에 즐겁게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태국 사람들 노래하는거 매우, 아니 무지 좋아한다. 태국 관공서에도 가 보면 복도 끝이나 적당한 빈 곳에 2~3인용 노래방을 몇 개씩 설치한 곳도 있다.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태국인 지인은 한 달에 한번 씩 전 직원을 모아 공장 강당에서 회식도 하고 조별 평가에 따른 포상도 하고 마지막에는 노래방에 다 같이 가서 놀 수 있도록 해 준다. 고급 식당에 비싼 음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에어컨 잘 돌아가는 적당한 수준의 식당도 좋고 생음악이 있는 길거리 식당도 좋다. 편하게 농담하며 어울리기 좋은 식당이면 된다.

업무가 어려우면 요령을 잘 숙지시켜서 단순화 시키고 책임량을 적절히 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고 반면에 창의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빨리 승진한다거나 하는 욕심은 별로 없지만 성과급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다. 태국 사람들의 이런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다루면 같이 일하기 쉬울 거 같다. 

직장 분위기 좋고, 편안하고, 어렵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월급 좀 적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거 같다. 한국에 돈 벌러 가는 근로자들은 돈 버는 목적이 있으니까 그런 3S 가 없어도 소득만 많으면 두 눈 딱 감고 계약기간 적당히 일 하겠지만 3S가 너무 없어 스트레스가 쌓이면 계약 기간 내에도 포기하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볼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태국인들의 자존심은 대단하다. 어떤 실수든, 본인이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고 상사가 자기 동료들 앞에서 자기를 나무라거나 질책하면 즉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없는 조용히 곳으로 불러서 본인이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인정할 때까지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년 내내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과일과 농산물, 굶어 죽거나 먹을 것 걱정 없고 겨울을 대비해서 열심히 농사지어 음식을 보관할 필요 없는 환경이니 자연히 게으르고 낙천적이 된 것 같고 굳이 어려운 일 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에 태국인들은 불교 윤회 사상이 깊숙히 잠재해 있어서 현세에 대한 불만이 없다. 현세는 전생의 결과이므로 현세에서 탐분 잘하고 공덕 많이 쌓으면 다음 세상에선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열심히 벌고, 절약하고, 저축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동네 임자 없는 길거리 개나 고양이를 매일 먹여 주고, 새벽마다 스님들에게 시주 바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내 직장을 위해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 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더 많은 월급과 남들보다 빠른 승진을 위해 경쟁했고, 좀 더 벌고 저축하기 위해 내 자존심 던져버리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태국인들에게서 이런 자세를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오늘 하루 ‘사바이’하고, ‘사눅’하면 만족해 한다. 하는 일이 ‘사두억’하면 ‘사바이’ 하지만 어렵고 복잡한 일 하려면 ‘사눅’하지 않다. 다른데서 ‘사두억’하게 ‘사바이’하고 ‘사눅’한 일거리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