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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국 엿보기 22 - 채식 축제 "낀째"와 신내린 사람들

작성자
재태국한인회
작성일
2025-10-19 20:23
조회
162

[칼럼] 태국 엿보기 22 - 채식 축제 "낀째"와 신내린 사람들


낀째(กินเจ)는 태국어 '낀(กิน, 먹다)'과 중국어 '째(菜, 채소)'가 합쳐진 말로 영어로는 Vegetarian Festival이라 부르며 채식 축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화교 공동체의 신앙•정결 의식에서 비롯된 이 축제는 채식만 먹는 요리나 식탁의 축제가 아니라 명복을 빌며 질병을 물리치는 불공을 드리는 제식행위의 일종으로 현재 태국인 모두가 즐기는 전국적인 축제로 관광청은 ‘태국 채식주의자 축제 (Thailand Vegetarian Festival)’ 라고 부르며 도시경제와 관광이 결합된 대표적 ‘문화 관광’ 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방콕 야오와랏은 문화유산과 맛집•음식 문화로 주목받으며 외국인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

이 축제의 시작은 1825년 푸켓의 중심지 탈랑에서 주석 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는 중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카투쪽으로 옮겼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 푸켓 카투지방에는 밀림열병[정글열(熱)]이 창궐하고 있었고 마침 중국 광부들을 위해 방문한 중국 가무단도 이 열병에 감염되자, 악단의 몇몇 배우들은 이 재앙이 중국 고대 종교 의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신들이 노하여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고 서둘러 고대 종교 의식을 준비해서 치뤘는데 끼에옹 타이테(Kiew Ong Tai The)와 욕옹 손테(Yok Ong Sone The)라는 두 신을 위해 채식만을 하며 기도와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이 때 중국에서 9명의 유명한 스님을 모셔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 당시 유행한 병은 말라리아로 판단된다

또한 치유를 위해 계속 채식만을 하며 옥황대제(玉皇大帝 - 道家에서의 "하느님")등 구황대제의 신에게도 쾌유를 빌며 다양한 주술행위를 하였고 이 후에 이 밀림열병이 퇴치되었다. 이것을 본 푸켓 사람들은 이 후 매년 음력 9월 1일부터 9월 9일 사이에 대규모의 채식 및 제식행위의 축제 의식을 갖추게 되었고 이를 ‘낀째’라 부르며 전통적인 푸켓 축제로 자리매김 하였다.  

이 기간에는 시내 길거리, 특히 먹거리가 있는 곳에는 불교에서 불공 드리는 의미의 “齋”자가 쓰여져 있는 노란색 깃발을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빠짐없이 옥황대제를 비롯한 아홉 왕에게 쾌유를 빌기 위해 “九皇勝會”라는 문구가 돋보인다. 이것만 보면 채식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


 제대로 불공을 드리기 위해 낀째 기간에 지켜야 할 10가지 계명이 있다.

  1. 몸을 청결하게 한다.

  2. 주방기구를 청결하게 하며 축제에 사용하는 주방기구는 별도 구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3. 축제기간에는 하얀옷을 입는다.

  4. 바른 몸가짐, 마음으로 축제기간을 지낸다.

  5. 육식을 금한다.

  6. 성관계를 금한다.

  7. 음주를 금한다.

  8. 상중인 사람은 축제에 참가하지 않는다.

  9. 임산부는 축제 어느 의식, 행사도 관람하지 않는다.

  10. 생리중인 여성은 행사에 참여치 못한다

낀제 축제 시작 전부터 사람들은 육식, 음주, 성관계를 멀리하고 몸과 마음을 청결이 하는 등의 10가지 계명을 지키며, 축제 시작과 더불어 하얀 옷을 입고 중국 사원에 모여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기도와 제를 올린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날 밤 각 사원에서는 “고뗑(Go Teng)”이라 불리는 커다란 봉을 내걸어 "병을 고쳐준 신"을 초청한다. 그리고 삶을 관장하는 “람 따오(Lam Tao)”신과 죽음을 관장하는 “빡 따오(Pak Tao)”신을 깨우는 의식도 거행된다.  

축제의 마지막날 자정 무렵 푸켓 중심지역 광장에는 축제 휘날레를 장식하는 행렬이 계속되는데 거리 전체가 폭죽의 잔해인 빨간 폭죽 잔해로 물들 정도로 최고조를 이룬다. 화약 냄새와, 소음, 그리고 군중의 행렬, 신내림 받은 사람들의 엽기적인 행렬은 볼거리를 넘어서 샤머니즘적 색채가 강한 낀제의 진명목을 느낄 수 있는 날이다.

모든 거리에는 구황대제라는 슬로건의 플랭카드 및 깃발들이 노랑 물결을 이루어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 시키며, 푸켓 내 모든 사원에서는 휘황찬란한 장식품들로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 시킨다. 행사가 진행되는 9일 동안은 모든 행사 참가자들은 흰 옷을 입고, 육류를 먹지 못하며,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한다. 그래서, 거리의 음식점 및 백화점 등에서는 낀째 음식이 성황리에 판매된다. 


[숯불 위를 걸어가는 모습]

화려한 거리 행렬은 좀 끔직한 모습이다. 기하학적인 자기학대, 무속 형태의 기희한 행위를 한 사람들(신내린 사람들?)을 선두로 그 뒤를 행사 참가자들이 뒤따르는 즉, 성지 순례처럼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마송(Ma Song)”이라 불리는 열성신자의 반열에 이른 신도들의 뜨거운 석탄 위를 맨발로 걷거나 날카로운 칼날로 만들어진 사다리를 맨발로 오르는 등의 종교 의식들이 푸껫의 다양한 중국 사원과 절에서 이루어진다. 불 위를 걷거나 꼬챙이로 얼굴에 구멍을 뚫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몸에 신을 불러들여 ‘불 위 걸어가기’ ‘못으로 된 다리 건너기’ ‘칼로 된 계단 오르기’ ‘뜨거운 기름으로 목욕하기’ 등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의식들을 펼치며 거리를 행진한다.

이런 신도들은 자신의 몸 속에 들어온 신의 신통력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여 주게 되는데 과일 신이 내린 사람은 창으로 얼굴에 구멍을 뚫고 과일을 매달고 다니고, 아기 신이 내린 사람은 젖병을 물고 다니기도 하고 여러 모양의 색색 칼들을 얼굴에 꽂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 가정과 직장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로 축제 기간 동안에 몸에 신이 내렸기 때문에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평소 신이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통 때문에 아무도 이런 의식을 치를 수 없다고 한다.

거리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무서운 모습의 사람 행렬이 지나가도 눈을 찡그리거나 무섭다고 도망가는 사람이 없고 구경꾼들은 거리에 다과상을 차리고 향불을 피우고 기다리고 있다가 행렬이 지나가면 절을 하며 자신과 가족의 행운을 비는데 그러면 신 내린 사람들이 다가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머리를 만지며 여러 가지 축복의 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런 행위를 할 때 상처가 없다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은 자기 몸을 완전히 정화시켰다는 것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놀랍게도 아무도 고통 받지 않으며 축제가 끝나면 놀랍게도 가학한 흉터가 사라진다고 한다.

마지막 날은 피날레로서 자정 무렵 성령과 꽃을 실은 행렬이 낀째 깃발을 앞세우고 푸켓 타운을 지나 가까운 해변으로 향하는데 다시 한 번 징, 심벌, 북소리가 하늘을 메우고 참가자들은 무당이 기도를 하는 동안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신성한 항아리의 재가 바다에 뿌려지고 이것이 신이 하늘로 돌아감을 의미함으로서 축제는 끝이 난다.

던져대는 폭죽에 화상과 소음으로 인해 고막에 이상이 올 정도이기도 하고 입 주변 볼을 관통한 쇠꼬챙이들이 미간을 찡그리게도 하지만 1년을 기다려온 푸켓인들에게, 아니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낀제는 푸켓만이 아닌 세계 최고의 볼거리이며 축제이다.

화교들의 '낀째' 기간 동안 일반 태국인들도 '건강에 좋다' 는 이유로, 그리고 평소 선행과 보시를 제대로 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덩달아 이 기간에 불공 드리며 화교들과 같이 불전에 제를 올리기도 한다. 자신의 3대조 또는 4대조가 중국인이었다는 이유로 낀째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국인들도 많다. 

종교적인 이념과는 관계없이 건강을 위해 가끔은 육식을 피하고 채식만 해야 한다면서 낀째를 지키는 사람도 많다. Chinatown 에 있는 야와랏 거리는 낀째 축제 며칠 전부터 채식 기간을 대비하여 각종 채식 위주의 식자재를 구매하고 별도로 불공드리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 축제가 이제는 태국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2025년 금년에도 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10월 20일에서 29일까지 아래 지역에서 낀째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1. Chinatown Vegetarian Festival 2025
    20–29 October 2025
    Odeon Circle to Chaloem Buri Intersection, Yaowarat Road, Bangkok

2. Vegetarian Festival 2025 at Muang Thong Thani
    20–29 October 2025
    Outlet Square, Muang Thong Thani, Nonthaburi

3. Samut Sakhon Vegetarian Festival 2025
    20–29 October 2025
    Samut Sakhon Charity Foundation (Head Office), Mueang District, Samut Sakhon

4. Nakhon Pathom Vegetarian Festival 2025
    20–30 October 2025
    Wat Thammapanyarambangmuang, Sam Phran District, Nakhon Pathom

5. Hat Yai Vegetarian Festival 2025 “Go Green Vegetarian”
    20–29 October 2025
    Supasarnrangsan Public Park, Hat Yai, Songkhla

6. Trang Vegetarian Festival 2025
    20–29 October 2025
    Kew Ong Ear Shrine, Mueang Trang District, Trang

7. Su-ngai Kolok Vegetarian Festival 2025
    20–29 October 2025
    Seng Mu Than Nam Chai Foundation, Su-ngai Kolok District, Narathiwat

8. Ranong Vegetarian Festival 2025
    20–29 October 2025
    Ranong Charity Foundation, Mueang Ranong, Ranong

9. Phuket Vegetarian Festival 2025
    21–29 October 2025
    Various shrines across the province, Phuket

10. Narathiwat Vegetarian Festival 2025
     21–29 October 2025
     Kow Leng Jee Shrine, Phiphit Khiri Road, Mueang Narathiwat, Narathiwat

11. Phang Nga Vegetarian Festival 2025
     21–29 October 2025
     Various shrines across the province, Phang Nga

대부분의 식당들도 이 기간 동안에는 채식코너가 따로 준비하고 우리 식당은 채식을 제공한다는 표시로 노란색 플랭카드를 입구에 걸어놓기도 한다.


[일반 식당도 채식 메뉴가 있다는 의미로 '齊' 또는 태국어'เจ'자가 쓰인 이런 유형의 깃발을 걸기도 한다]


이런 미신이나 종교 의식을 떠나서 건강을 위해 이 기간에는 채식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러 식당의 채식 메뉴를 답습해 보는 것도 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Culinary tour가 될 것 같다.



[글쓴이: 박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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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n Association in Thailand expresses its deepest sorrow and heartfelt condolences on the passing of Her Majesty Queen Sirikit, The Queen Mother, the beloved Mother of the Thai Nation.

Her Majesty’s lifelong devotion to the people of Thailand, her compassion, and her tireless dedication to social and cultural development have been an enduring inspiration to all. Her grace and benevolence will forever be remembered with the highest respect.

On behalf of all Korean residents in Thailand, we extend our profound sympathy to the Royal Family and the people of Thailand during this time of national mourning.

May Her Majesty rest in eternal peace.

October 25, 2025
The Korean Association in Thailand

재태국한인회는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으로 태국 국모(國母)이시며 국민들의 어머니시며 지킴이셨던 여왕 폐하 시리킷 왕태후의 서거 소식을 접하며 깊은 슬픔과 진심의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왕태후 전하께서는 평생을 태국 국민과 왕실, 그리고 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시며 자비와 봉사의 상징으로 존경받아 오셨습니다.

그분의 사랑과 헌신은 태국 국민의 마음속에 추모와 존경심과 함께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태국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들의 마음을 모아, 재태국 한인회는 태국 국민과 왕실에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폐하의 영혼이 평안히 안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2025년 10월 25일
재태국한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