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국 엿보기 11 - 부처님의 탄생, 득도, 열반을 기리는 완위시카부차 (5월 11일)

금년 2025년 5월 11일이 태국 음력으로는 6월 15일이다. 이 날을 완위사카부차(วันวิสาขบูชา)라고 부르는 날인데 “완”=날, “위사카”=고대어로 6월, “부차”=부처라는 의미로 우리는 이를 “불탄절”, 즉 부처가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탄생, 득도, 열반 모두를 기리는 날이다.

태국의 불교 3대 명절 중 하루로 공식 휴일이고 불교 사찰뿐만 아니라 지방 자치제 단위로 각종 기념 행사를 치르고 모든 태국인들이 절에 가서 시주 바치고 설법 듣고 꽃, 향, 초 등을 들고 탑돌이하며 공공장소에서 음주나 주류 판매가 금지되기도 한다.

2025년 5월 11일 "비사카 부차의 날"은 태국 전역의 주요 사찰에서 3일간의 연휴를 맞아 전통적인 촛불 행진을 즐긴다. 이 중요한 날에 모두가 공덕을 쌓을 수 있도록 부처님의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 사건, 즉 탄생, 깨달음, 그리고 열반을 기념하는 중요한 날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이 모두 같은 날 태국 음력 6월 15일 보름날에 일어났다고 믿고 이 날에 부처의 탄생과 득도, 열반을 기린다. 

올해 태국은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의 연휴를 맞이하여 모든 연령대의 불교 신자들이 공덕을 쌓고 담마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촛불 행진은 꽃, 향, 촛불을 들고 사원이나 성지 주변을 돌며 삼보(불, 법, 승)에 경의를 표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담마 가르침의 원리를 되새기는 좋은 방법이다. 

비사카 부차 촛불 행진은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전통으로 태국 전역의 사원에서 5월 11일 저녁에 행사를 개최하며, 탁발, 염불, 담마 경청, 촛불 행진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 태국 국민과 관광객 모두 함께 공덕을 쌓을 수 있다. 치앙마이에서는 도이수텝 산 정상까지 11km를 걸어서 올라가는 고행으로 부처님께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불탄절(부처님 오신날)은 우리 음력으로 4월 8일로 양력 5월 5일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와 태국의 부처 탄생일이 다를까.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중국의 영향을 받은 대승불교(북방불교)를 따르는 국가들은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정하고 있고 이에 비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태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소승불교(남방불교)권에서는 자기네 음력 6월 15일 (우리나라 음력 4월 15일)을 부처님 오신 날이며 동시에 득도한 날, 열반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

남방 불교권에서는 1956년 11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도대회'에서 양력 5월 15일을 부처님 오신날로 지정했다가 보름달이 뜨는 날을 맞추기 위해 다시 5월 보름달이 뜨는 날(만월일) 즉 음력 6월 15일로 변경해서 정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일본은 중국, 한국과 같이 대승불교를 따르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음력이 아니라 양력 4월 8일로 정해서 기린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불교에서는 탄생, 득도, 출가일, 열반일이 모두 다른 날로 지정되어 기념하고 있으나, 태국의 불교는 석가모니가 음력 6월 15일 네팔 지역인 룸피니 정원에서 태어났고 35세 되던 해 같은 날 득도를 하고 다음 45년 후 80세때 같은 날 열반했다고 믿는다. 즉 탄생, 득도, 열반한 날이 같은 날로 보고 이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단 태국은 '부처님 오신날' 이라고 명명 지어진 날은 없다.

부처의 탄생, 득도, 열반을 기리는 날이니 불교 국가인 태국의 최대 불교 기념일로 술 판매가 금지 되며 공공장소 음주. 가무를 금지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처님의 탄생, 열반 등에 관해 정확히 또는 일관성 있게 정리되어 있는 사료들이 없다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각 나라, 지역마다 그들의 믿음에 맞게 그 시기가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