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태국 엿보기 8 - 태국에도 계[契] 모임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상호간에 금전적으로도 상부상조 하는 우리나라 계모임은 계원들간에 돈독한 신용관계를 기본으로 목돈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었는데 이게 자칫 잘못되어 자주 사회적인 물의를 빚기도 했다.

태국에도 유사한 계모임이 있는데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특히 계주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다. 계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돈 불입 방법이나 계돈 타는 방법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내가 아주 친한 태국인 친구가 계주로 모이는 모임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15명이 모이는데 우선 계원들과 계주 모두 계를 시작할 때 20,000 바트씩 초기불입금으로 각출하여 합계 300,000 바트를 계주가 보관한다. 그리고 매달 5,000 바트씩 불입한다.

첫 달에는 계주가 우선적으로 곗돈을 탄다. 회원 15명이 납입한 75,000 바트와 자신이 낸 초기 불입금 20,000 바트 합계 95,000 바트를 받아간다. 둘째 달부터는 방법이 다르다. 일단 모두 5,000 바트씩 불입한다. 그리고 계주가 나누어 주는 종이에 자기가 이번에 곗돈을 타면 이자 얼마를 내겠다고 적어서 제출한다. 서로 모르게 적는다. 계주는 계원이 제시한 이자 금액을 모두 공개하고 가장 높은 이자를 제시한 사람에게 곗돈을 준다. 15명이 갹출한 75,000 바트와  초기 불입금 20,000 바트 합계 95,000 바트를 받고 다음달 부터는 제시한 이자를 매달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자를 500바트 제시해서 곗돈을 탔다면 다음 달부터 끝나는 달까지 매달 5,000 바트 더하기 500 바트 합계 5,500 바트를 지불해야 한다.

셋째 달에는 계주와 둘째 달에 곗돈을 탄 사람을 제외한 13명이 이자를 제시하고 그 중 가장 높은 이자를 제시한 사람이 곗돈을 타게 되는데 초기불입금 20,000 바트, 계원 15명이 갹출한 75,000 바트 더하기 전 달에 계를 탄 사람이 지불한 이자 500 바트도 함께 받는다. 만약 이 사람이 이자 550 바트를 제시해서 곗돈을 탔다면 이 사람도 다음달부터 매달 5,550 바트씩 내야 한다. 넷째 달 가장 높은 이자를 제시해서 받은 사람은 초기불입금 20,000 바트, 계원 갹출금 75,000 바트, 전번 달 까지 곗돈을 미리 탄 두 사람이 지불하는 이자 500바트 더하기 550바트 합계 1,050 바트를 모두 합한 96,050 바트를 수령한다. 

마지막 달에는 한 사람만 남게 된다. 이자를 제시할 필요 없이 곗돈을 타게 된다. 초기불입금 20,000 바트, 갹출금 75,000 바트, 계주를 제외한 13명이 지불하는 이자 전부를 받게 된다. 

계주는 초기불입금 300,000바트를 관리한다. 개인적으로 자금관리해서 어떤 이익을 얻든 손해보든 계주 책임이다. 다만 매달 곗돈 타는 사람에게 20,000 바트씩 반납해 주어야 한다. 매월 모임을 주선하고 곗돈 교통정리한다.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는 사람에게 미리 곗돈을 받고 희망하는 이자를 미리 받아두고 나중에 공개해 준다. 불참자도 제시한 이자가 제일 높으면 곗돈을 타갈 수 있다. 계주가 전달해 준다. 그리고 모일 때 먹고 마시는 경비는 계주 부담이다. 이자 없이 첫 달에 곗돈 타 가는 죄값(?)을 매달 치러야 한다. 그런데 계원들이 알아서 적당히 먹고 마신다. 일정한 금액이 넘어가면 (이 친구 모임에서는 약 5000 바트 수준) 추가 금액에 대해서는 계원들이 1/n 씩 부담한다. 

계원 중에 여자도 몇 명 끼어 있는데 매달 모임은 골프장에서 모인다. 대부분 자영업을 하거나 대기업 중역들이다. 나는 여기 계원은 아니지만 골프는 고정 멤버가 되었는데 계에 가입하라고 독촉이 심하다. 중간에 들어가려면 지나간 달 수 만큼의 갹출금 더하기 초기불입금 20,000 바트를 내면 다음달부터 입찰(?)할 자격이 있다고 한다. 내가 내는 지나간 달 몫은 그동안 곗돈을 탄 사람들이 나누어 갖게 된다고 한다. 은행에 정기 예금 가입하는 것 보다 얼마나 이익인지, 금융권 대출보다 얼마나 싼지는 모르지만 그런 수치와 관계 없이 운영하는 방법이 상당히 합리적이다. 

그리고 계주와 계원간의 신용관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만약 중간에 어느 계원이 잠수했다면 계주 책임이라고 한다. 계주가 잠수한 계원 몫을 다 지출해야 한다. 그리고 계주가 잠수하는 경우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사기죄라든가 뭐 그런 명목으로 고발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법적 적용이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난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글쓴이: 박동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