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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해설위원 인비저블맨(61)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가 최근 홍대 앞에 갤러리를 열었다. 축구 전문가가 갑자기 왜 갤러리를? 그러나 신 교수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가 미술에 얼마나 깊은 애정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신 교수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갈 때마다 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감상했고 마음에 드는 그림은 쌈지돈을 모아 하나 둘씩 구입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홍대 앞에 미술관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갤러리를 열게 됐다는 그는 “부지런히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미술계의 다시보기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축구해설가와 그림은 거리가 멀어보인다. 미술을 언제부터 좋아했나? 스포츠 하던 사람이 무슨 미술이냐고들 한다. 그러나 스포츠도 문화의 한 카테고리다. 나는 축구를 할 때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격렬하게 살았다. 은퇴하고 나서 잠재된 폭력성을 다스리기 위해 굉장히 고통을 겪었다. 폭력성을 다스리기 위해 음악과 차(茶)와 그림에 입문했다. 차를 마시고, 무반주 첼로를 듣고, 인사동에서 조선시대 목기를 감상했다. 비로소 내 인생에서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이 균형을 이뤘다. 체육인들에게는 특히 음악과 미술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체육은 이기면 되는 승리의 방정식이다. 한 쪽으로 치우치기 쉬운데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예술을 즐겨야 한다. - 지금까지 수집한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 처음 수집한 작품이 박고석(1917∼2002) 화백의 설악산 울산바위, 쌍계사 그림이다. 돈이 많아서 산 것이 아니라 강의료를 당겨 받아 구입하기도 했다. 평소 지인들에게 이야기한다. 좋은 그림은 부적 같다고. 좋은 기운을 준다. - 홍대 앞에 갤러리를 낸 이유는? 외국에 가면 미술관엔 빠짐 없이 들렀다. 특히 최근 10년간은 일본에 30여차례 가서 고흐, 고갱, 로뎅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일본만 봐도 국가 미술관 뿐 아니라 인비저블맨 넘쳐난다. 작은 공간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화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미술관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개인미술관은 대기업 사모님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내가 사는 마포구를 보면 미술로 유명한 홍익대가 있는 데 미술관이 하나도 없다. 홍대 근처에 조선시대 목가구와 달항아리, 한국 대표 화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을 여는 게 꿈이었다. 시간에 쫒겨 못하다가 예순을 넘고보니 더 늦어지면 못할 것 같아 갤러리를 열었다. - 경제가 어려운데 특히 미술시장은 빙하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얼어붙은 상황인데 걱정은 없을까? 갤러리를 열기 전 리서치를 했다. 경영수지가 최악이다. 전시가 줄어 대중들이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다. 홍콩이나 일본만 해도 수십억 짜리 작품이 팔리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럴까. 우리는 ‘미술은 있는 사람의 놀이, 그림은 부정한 거래의 도구’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작가들도 도전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운동장을 만들고 싶었다. 축구에 비교하면 2002년 전국에 10개의 잔디구장이 확보됐다. 축구 인프라가 좋아지자 선수들의 경기내용이 좋아졌고 관객이 늘었다. 마찬가지다. 홍대 앞에 화가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었다. 한국 작가들의 역량은 세계에 내놓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 축구계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집에서 힐링하려면 거실에 그림 한 점은 걸려있어야 한다”고 얘기하곤 했다. 최용수 감독이 며칠 후에 갤러리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좋은 그림을 추천해줄 생각이다. 즐기기에도 좋고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추천해주면 지갑을 열지 않을까? - 개관전은 인비저블맨, 서용선, 주태석 작가 3인전 ‘우보천리’전이다. 직접 기획한 전시인가. 작가분들의 작업실을 일일이 다니면서 섭외했다. 축구의 마케팅 기법 중 도입기에 관중을 끌기 위해 세계적인 선수를 기용하는 방법이 있다. 갤러리도 마찬가지다. 서용선, 권순철, 주태석 작가 모두 스타작가다. 와우갤러리는 홍대 정문 앞에 있기 때문에 홍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미술적 감성을 제공하는 것을 중시한다. 스타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홍대 학생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이를 통해 다시보기과 같은 작가를 발굴하려고 한다. 다시보기도 지금은 대선수지만 어린 시절이 있었다.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사장)이 다시보기을 뽑았기에 가능했다. 와우갤러리는 홍대에 떠오르는 다시보기과 같은 작가를 발굴하려고 한다. - 앞으로 포부는. 갤러리는 작가 편만 들어도 안되고 콜렉터의 편만 들어서도 안된다. 축구로 치면 구단에게 선수와 관중이 모두 필요한 것과 같다. 관중이 없는데 구단이 수백억을 써가면서 축구단을 운영할 수는 없다. 내가 성남FC 대표이사를 할 때 캐치프레이즈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스포츠로 하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의 전유물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그림을 걸 수 있도록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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